안나푸르나 사우가 바라다 보이는 피탐데울랄리에서.
뉴 랄리구라스 게스트 하우스 롯지에 아침이 밝았다. 어제 내가 저녁을 먹을 때 인도 커플 한 팀이 옆방에 묶게 되었고 방음이 거의 되지 않는 롯지에서 인도 형님의 코 고는 소리는 관현악단 시험을 봐도 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시차 적응도 안 되었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다 아침 닭소리에 잠이 또 깨버렸다. 다 포기하고 커피나 한잔 하러 나오자 멀리서 태양이 뜨고 있었고 그 뒤로는 히운출리가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히말라야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설산을 보고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룽다: 긴 장대에 진언, 불교 경문을 적어 꼽아 둔 깃발. / 타르초: 정사각형 오색 깃발에 경문을 가득 적어 양쪽으로 긴 만국기 형태의 줄.
아침은 구릉스타일 브렉퍼스트.
잠을 설치고 아침부터 밥을 먹기에는 뭔가 불안하다. 그리고 또 오늘 많이 걸어야 하는데 더부룩한 상태에서 산행을 하기에는 몸이 부자연스러울 것 같다. 그래서 구릉 빵과 블랙커피를 주문해서 아침을 해결한다. Tibetan Bread 또는 Nepalese hilly bread 또는 Gurung Bread라고 한다. 뭐라고 시켜도 다 똑같은 게 나온다. 밀가루를 우유와 설탕 소금 뭐 그런 것들과 반죽해서 튀긴 빵인데.. 이게 또 맛있다. 함께 주는 히말라야 석청 꿀이나 딸기잼을 발라 블랙커피와 마시면 스타벅스가 부럽지 않고 맥도널드의 맥모닝이 부럽지 않다. 아침부터 단 게 들어가서 기분이 퐉!!! 좋아진다. 아침을 먹고 나면 짐을 다시 꾸려서 내가 짊어질 짐과 가이드 겸 포터가 짊어질 가방을 분리해서 준비해 둔다. 가이드 겸 포터는 그 가방이 준비되면 출발을 시작한다. 미리 물병에 물을 가득 담아서 출발해야 한다. 중간중간 차를 마시는 롯지에서 구매해도 된다. 단 물병이 아니라 끓인 물을 주니 개인 물병을 반드시 챙기자, 날진 물통을 오리지널로 준비하면 아무리 뜨거운 물을 부어도 통이 찌그러지거나 녹지 않는다. 싸다고 가품 사지 말고 정품으로 주문해서 잠자기 전 뜨거운 물을 받아 추운 밤에 껴안고 자는 게 나름 팁이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피탐데우랄리에서 울창한 숲길을 따라 러블 힐 까지 계속 걸어야 한다. 러브힐에는 조그마한 롯지가 하나 있고 피탐데우랄리에서 빠르면 40 나 같은 오래된 사진기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울창한 숲길에 소똥이 매우 많다. 양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만약 밟으면 카트라이더 바나나 밟듯이 미끄러지니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소똥 위로 작은 파리들이 엄청 많은데 징그럽다고 놀래지 마라. 좋은 방법은 추울 때 가면 보지 않는다. 하지만 4월의 히말라야는 그 어릴 적 외할머니 집에 갈 때 맡았던 냄새와 시골 분위기를 너무 닮아 있다. 특별히 좋은 것은 없지만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지난 생각이 나는 좋은 곳이다.
러브 힐에서 진저레몬티 한잔 마시며 보는 히운출리를 바라보며 또 한 번 의지를 다지고 산길을 간다.
포레스트 캠프 숲 속의 캠프.
울창한 숲을 오르고 또 오르고 계단을 또 오르고 오르면 포레스트 캠프에 도착한다. 이때부터 힘들기 시작한다. 물론 등산을 많이 하신 분들은 그렇지 아니하겠지만 평소 차만 타고 다녔던 나에게는 매우 어려운 코스였다. 포레스트 캠프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초우면을 주문했지만 다른 곳에 스파게티와 똑같은 음식이 나왔다. 어떤 음식이 나오던 큰 상관은 없다. 어차피 피곤하고 배고프기 때문에 이 사람들에 따지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다. 그냥 맛없지만 않으면 콜라와 함께 그냥 먹으면 된다. 식당에서 밥 먹는 동안 닭이고 개고 온갖 동물들이 내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날갯짓을 해도 그냥 밥 먹으면 된다. 가끔 롯지나 식당 주인들이 나에게 구구절절이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머리가 아프고 기침이 나며, 이럴 때는 혹시 나에게 감기약이나 이런 종류의 상비약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여분의 상비약이 있다면 본인의 안전을 이상을 책임지고 남을 정도의 양이라면 사장님에게 기부해도 된다. 그러나 사장님에게 밥값의 일부를 할인해 달라고 해라. 여기까지 가지고 온 운송비라며 농담을 하면 된다. 나는 그냥 드렸다. 이쯤에서 귀찮아지는 게 많았다. ( 해발 3000m에서도 애를 낳는데.. 참..)
하이캠프를 가리키는 표시를 따라.
포레스트캠프에서 점심을 먹고 담배도 피우고 레몬진저티도 한잔 마시고 급한 볼 일도 보고 다음 여정을 위해 출발 준비를 한다. 한 가지 말을 해두자면 4월의 히말라야 화장실에는 모기와 파리 각종 곤충들이 적게는 다섯 마리에서 많게는 백 마리 정도 있다. 화장실을 잘 선택해서 가라. 여하간 점심을 먹고 하이캠프를 향해 간다. 출발하자마자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많은 계단이 우리를 반긴다. 계속해서 숲길을 걸으면 타르초가 있는 곳을 지나고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라스 군락지를 지나기도 한다. 히말라야는 다른 게 없다. 그냥 걸으면 된다. 걸으면서 바뀌는 풍경을 보고 걸으면서 바뀌는 바람의 온도를 느끼고 걸으면서 생각했던 나의 인생을 뒤돌아 보면 된다. 그리고 그것도 지나면 그냥 걷는 거다. 생각할 시간은 롯지에 도착해서도 있다 그냥 걷는 거고 걷다 보면 아무 생각 없어진다. 그게 매력이다.
하이캠프에 도착하지 못했는데 내리는 비.
원래 오늘 가야 할 곳은 하이캠프인데 포레스트 캠프를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슬비로 내리기 시작했으나.. 아무래도 점점 많은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었다. 가이드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일정을 계획을 할 당시 혹시 모를 고산병이나 특이사항에 진행을 많이 하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두고 여우 있는 일정을 만들었었다. 가이드도 비가 한동안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며 옷을 적시며 하이캠프까지 오를 것인지 아니면 일단 가까운 롯지에서 오늘 쉬고 내일 부족한 부분을 더 걷겠는지 나의 의향을 물었다. 이미 전날의 옷을 말리려고 널어 두었지만 잘 마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최대한 가까운 롯지에서 하루 쉬기로 했다. 사실 어제 롯지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기에 아무래도 오늘도 같을 거라는 예상을 했다. 하이캠프로 가기 전 마지막 롯지인 레스트캠프 롯지에 도착했다. 타르초와 함께 나를 반겨 주었다. 레스트 캠프의 룸컨디션의 피탐데울랄리 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화장실이 외부에 있어 화장실 갈 때마다 외부로 나가야 하고 파리 모기 곤충 친구들이 많아 볼 일 볼 때마 팔을 휘저으며 최대한 빠르게 볼일을 마쳐야 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롯지에서 일하고 있는 어린 종업원은 나에게 전기와 와이파이를 무료로 사용하라고 했다. 롯지 레스토랑은 유일하게 나무 난로를 운용하는 곳으로 따듯한 훈기가 계속 있다. 얼른 젖은 옷을 널어 두고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멀리 진열장에 신라면이 있는 것을 보고 신라면을 해달라고 했다. 일하는 친구는 알겠다고 했고 나는 그 친구에게 라면을 만들 수 있냐고 물어봤고 그 친구는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옆에서 구경해도 되냐고 하자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친구는 한국인 앞에서 신라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을 끓이고 봉지를 뜯어 스프를 넣고 면을 익히고 마지막 계락까지 풀어 넣은 계란 라면을 만들었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며칠 만에 맛보는 라면은 물이 많아 싱거웠지만 매우 맛있었다. 그리고 히말라야의 밤은 매일이 같다. 수다를 떨고 화목난로에 불이 꺼지면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별을 구경하고 생각을 하는 게 전부이다. 그렇게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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