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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 이야기/네팔, 마르디히말

네팔 히말라야, 마르디히말 트레킹. 하이캠프-마르디히말 뷰포인트.

by Rashed82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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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어두운 히말라야를 올라.

 

전날 두딸을 히말라야에 데려온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사람이 연애를 할 때 히말라야를 방문했었다고 했다. 아마 15년 전쯤 이미 이스라엘 커플은 히말라야를 방문했었 던 것이다. 내가 신기한 듯이 정말 이스라엘 여자는 군대를 가냐고 물었을 때 여자가 답하길 우리 부부부는 둘 다 군인이었다. 우리는 군대에서 만났고 심지어 나는 남편의 상사였다. 식당에 있던 우리 모두는 모두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여자아이를 둘 나아서 이제 아이들에게 무언가 선물해 줄 것이 없을까 하다가 두 사람이 다녀왔던 히말라야를 선물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자아이는 8살과 10살이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았냐고 묻자 막내가 계단 오르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문명에 찌들어서 자기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든 나에게 반성을 보낸다.

새벽 4시. 우리는 롯지를 떠나 마르디히말 뷰 포인트를 향해 간다. 사람들의 헤드렌턴 불 빛 외에는 그 어디에도 밝은 곳은 없다. 장장 2시간을 어둠을 해치고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날이 밝아 오고 드디어 마지막 오르막이 보였다.

마르디히말 뷰포인트 마지막 언덕을 오르고 잇다.

 아침이 밝아 오지만 보이지 않는 마차푸차레.

 

헤드렌턴 불빛에 의지해 어둠을 헤치고 두시간 정도를 올라왔지만 산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운무가 가득했고 구름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허름한 텐트 같은 곳에서 레몬진저티를 주문해 더위와 추위를 한 번에 해결해 본다. 마르디히말 뷰포인트에 올라와서 산들이 보이길 기다리다 보니 땀이 식어가면서 체온이 떨어져 갔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며 하늘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을 때 사람들이 웅성 거리고 있었다. 안나푸르나 남벽이 보이기 시작하고 히운출리 봉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차푸차레는 쉽게 우리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포기하고 하산하는 사람도 있었다.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 안나푸르나 남벽과 히운출리.
구름이 걷힌 안나푸르나 남벽과 히운출리 그리고 티하우스, 네팔의 국기.

보이지 않는 마차푸라체..하산을 결정하고.

한 시간 정도 마차푸차레를 보기 위해 마르디히말 뷰포인트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그동안 몇몇 네팔 가이드들도 오늘 날씨 때문에 마차푸차레를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많은 외국인들이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찍 내려가서 다른 트레킹을 코스를 가거나 아니면 다시 카트만두를 돌아가는 일정으로 국내선 항공 일정이 있던 아니면 자가담바(버스) 예약을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하산하여야만 했다. 나는 딱히 급한일은 없지만 더 이상 기다린다는 것은 체온유지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일단 올라오는 동안 땀을 굉장히 많이 흘렸고 파타고니아 합성솜 재킷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왠지 하산하여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 보온을 위해서 쓰고 온 아크테릭스 양모 비니에는 성애가 얼었지만 춥지는 않았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니 조금 여유 있게 내려가는 것이 안전할 거라 생각하고 아쉬운 마음에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가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더니 내려가는 길은 그렇게 빠를 수가 없었다. 올라올 때는 보이지 않았던 조금 낮은 곳에 티 하우스가 눈에 보였고 "어둠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려가면서 나는 아쉬운 마음에 안나푸르나 남벽과 히운출리가 매우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가이드도 사진 한잔을 찍어 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기꺼이 사진을 찍어 주고 내려가려고 하는 순간 가이드는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환한 얼굴로 나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 마차푸차레!!!마차푸차레!!!"

어둠속에서 볼 수 없었던 티 하우스. 자연으로부터 만든 테이블까지 있었다.
안나푸르나 남벽과 히운출리를 배경을 사진을 찍다가 자꾸 뒤돌아 보는 가이드. 뒷모습을 찍어 달라는 줄 알고 멋지게 찍어 주었다.

눈물의 마차푸차레, 오르막 길을 달려.

이미 마르디히말 뷰 포인트 언덕 아래까지 내려온 이 순간 마차푸차레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나에게 " 마차푸차레!!! 마차푸차레!!!"를 여러 번 말하고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이드의 손을 따라 본 하늘에는 정말이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구름이 아래로 내려가고 마차푸차레의 물고기 꼬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 위로 멋지게 솟아 오른 마차푸차레는 꼬리지느러미가 아니라 마치 구름이란 물고기의 등지느러미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구름에 부서진 햇살은 커튼처럼 빛났고 주변에 다른 것들은 색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듯한 마차푸차레. 마치 구름이란 고기의 등지느러미 같았다.

저 멀리 아직 마차푸차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개미 만하게 보였고 가이드는 나에게 다시 올라가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이미 3일간의 산행으로 지친 후들거리는 다리를 가지고 이 오르막을 다시 오를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나는 오르막을 뛰어가고 있었다. 가이드도 다시 정상을 향해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마차푸차레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초인적인 힘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가까워 지는 마차푸차레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조금만 더.

You did it.You did it.!! Hahahahah~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고 히말라야 마차푸차레 뷰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 같은 롯지를 사용했던 이스라엘 부부의 엄마와 딸 두 명이 나를 반겨 주었다. 그녀는 나에게 계속해서 You did it.You did it.You did it.~이라 말하고 크게 웃었다. 그녀는 내가 이제야 도착한 줄 알았었다. 하지만 숨을 할딱 거리며 왔다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거라고 이야기하자 매우 놀랐다.  부부는 아이들이 하산을 미루고 있어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급하게 대답을 하고 또 언제 다시 모습을 감출지 모를 마차푸차레를 감상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저 산봉우리 하나 보는 것인데 이상하게 눈은 따듯해지고 가슴엔 뭔가 먹먹했다. 그렇게 한참을 마차푸차레의 봉우리 하나하나를 감상했다. 

나를 보며 반기는 이스라엘 부부의 어머니와 딸들.
You did it.You did it.You did it. Hahahahaah~~~!!!
마차푸차레 뷰포인트 정상. 주변에 구름과 산밖에 없다.
마차푸차레 뷰 포인트에서 볼 수 있는 안나푸르나 남벽과 히운출리 그리고 마차푸차레.

마차푸차레를 등지고.. 가는 길.

무엇인가 이루었다는 생각과 헤어져야 한다는 복잡한 생각을 하며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 들어가는 산을 뒤로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돌아 보고 또 뒤돌아 본다. 산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내려와서야 뒤돌아 보는 것을 멈추었다. 그건 그거고 어둠 때문에 보지 못했던 하산길은 마르디 히말 능선만큼이나 무서웠다. 한쪽은 절벽이다. 이렇게 무서운 길을 두려움을 느끼지도 못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배터리를 아끼느라 약하게 불을 켜고 왔더니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다시 롯지로 돌아와 아침을 먹기로 했다. 새벽부터 고생했으니 고가의 콜라와 고가의 신라면을 먹기로 했다. 세상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신라면과 콜라를 마시며 행복지수가 평가 범위를 넘어갔다. 오늘은 되로 록이면 오랜 시간을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든든히 먹었다. 사실... 이틀에 걸쳐 내려가야 할 길을 이날 다 내려왔다. 총 12시간을 걸은 샘이다. 포레스트 캠프에서 쉬어가야 하는데 굳이 가이드가 조금 더 내려가야 한다고 해서 내려가다 그곳에 사정이 여의치 않아 첫날 잠을 잤던 피탐데우랄리 까지 내려갔다. 이미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고 걸어 다니기 힘들었지만 걸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옷을 간단히 갈아입고 여행의 소감을 말하고 하산의 즐거움을 락시와 맥주로 정신을 잃을 때까지 즐겼다. 

세상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는 신라면과 콜라.
어느세 걸어야 할 단계를 넘어 첫날 잠을 잤던 피탐데우랄리 인근까지 내려왔다.
로우 캠프에서 점심을 먹고 어찌어찌 피탐데우랄리 까지 내려왔다. 아이코스가 충전이 안되 네팔 담배인 수르야를 사서 연초를 피우기 시작했다. 살벌한 네팔 담배의 케이스. 거의 7시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야 도착한 나는 옷을 갈아입고 맥주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나같은 주당에게 5일동안 술을 마시지 않는 다는 건 감옥에 있는 것과 같다. 고르카 비어를 몇병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맥주 안주인 Mixed pizza.믹스드 피자.
가이드는 네팔 전통주인 락시를 나는 고르카 맥주를 마시며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팝콘은 짭짤하고 피자는 고소하고 이날 몇병의 맥주를 마셨는지 모를정도로 하산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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