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에 얼굴 드러낸 마차푸차레.
비로 인해 하이캠프를 가지 못하고 레스트 캠프에 멈추었다. 오랜만에 신라면을 먹고 기운을 차리고 푹 쉬었다. 히말라야는 걷는 것과 먹는 것 그리고 쉬는 것이 전부이다. 잘 쉬고 잘 자고 새로운 히말라야의 아침을 맞이한다. 4월의 히말라야 날씨는 아침이나 늦은 저녁이 가장 맑고 깨끗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있는데 가이드가 마당으로 나와 보라고 했다. 이제 일출이 시작된다고 했고 저 멀리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구름 낀 하늘이지만 일출과 함께 점점 명확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마차푸차레였다. 그동안 숲길을 지나며 멀리 보이는 풍경보다는 숲 속을 계속 걸어 나무만 보이는 길을 걸었는데 오늘 아침 마차푸차레를 직접 보게 된 것이다. 처음이었다. 뭔가 지쳐서 의미를 잃어가려고 하면 이렇게 잠깐 지친 나를 유혹하듯이 히말라야의 속살을 보여준다. 그러면 또 힘을 얻어 미친 듯이 목적지를 향해 올라가는 것이다.
멀리서 바라본 마차푸차레는 히말라야의 다른 풍경과 어울려 매우 아름답고 또 그 웅장한 모습에 가슴을 설레게 한다. 우리는 한동안 마당에서 마차푸차레가 구름에 가려질 때까지 한참을 마차푸차레를 감상했다.
믹스드 프라이드 라이스(Mixed Fried Rice) 그리고 다시 출발하는 여정.
마차푸차레의 모습을 보고 난 뒤 뭔가 다시 동기부여가 된 나는 마음을 다잡고 오늘 약간은 힘들지 모를 일정을 준비한다. 오늘은 힘을 많이 내야 하니까 아침은 밥을 먹기로 한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된장국 분말을 만들어 제대로 먹고 출발하려고 했다. 밥은 Mixed Fried Rice! 히말라야는 무조건 모든 음식을 Mixed로 먹어야 맛있다. 내 입맛에는 그렇다. 마차푸차레를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는 동안 어린 종업원은 아침이 완성되었다며 나를 불렀다. 내심 "볶음밥이 맛있어 봐야 얼마나 맛있겠어?" 했지만 한입 먹는 순간 "미토차!!!! 미토차!!!(맛있다!!)"를 연발한다. 맛있다. 일단 Mixed니까 볶음밥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이 매우 많다. 그리고 오므라이스 + 중국식 볶음밥? 같은 느낌이다. 달콤 새콤하고 재료 느낌 살아 있는 그런 맛이다. 여하간 아침밥을 매우 잘 먹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오르막이 많은 오늘 배를 빵빵하게 채워 뒤뚱거릴까 봐 겁이 날 정도였다.
숲길로 시작해 낭떠러지를 지나 다시 우중산행.
아침을 든든히 먹고 오늘의 목적지인 하이캠프를 향해 발 보다 빠른 배를 먼저 내밀어 본다. 시작은 오르막이 있는 숲길을 어제와 같이 계속 걷는다. 유튜브 영상에서 나오는 능선을 걷고 멀리 보이는 풍경은 숲길로 보이지 않던가 골짜기 가득한 안개?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4월의 히말라야의 날씨는 덥다. 고지대가 아닌 이상 아니면 이른 아침 늦은 밤이 아니면 가을에 입는 등산복 정도로 입으면 충분하다. 오르막을 계속 오르다 보면 해발고도 2800m 정도에 Low Camp가 나온다. Middle Camp 가기 전 마지막 주유소 같은 느낌이니 여기서 레몬진저티도 한잔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잠시 쉬어간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오르막을 오르고 또 오르면 바달단다가 보이는 오르막에 끝에 도착한다. 랄리구라스 군락지를 지나 보이는 바달단다 Middle Camp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냥 보이는 저곳이 High Camp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제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고 또다시 계단을 지나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돌아보니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들이 보인다. 그렇게 유튜브에서 봐왔던 능선에 도착을 한 것이다.
히말라야에서 트레킹이 힘들면 뭐다? 신라면!!
바달단다에 도착해 능선을 걷다 점심을 먹기로 한다. 조금 더 걸어도 될 것 같지만 이쯤에서 쉬어 주는 게 앞으로 계속될 오르막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바달단다의 히말라야 마제스티 롯지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주인(사우지)이 스타일리시하고 흥이 넘치는 아저씨다. 원래는 돈을 받고 하는 충전도 그냥 무료로 하라고 하고 한국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히말라야 마르디히말 코스의 많은 사우지(주인)들이 몽골? 계 사람들이 많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셰르파'라는 말이 짐꾼이 아니라 티벳어로 '동쪽사람' 또는 '동쪽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티베트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나 한반도 뭐 그쪽에 온 사람이어서 엉덩이 몽고반점도 있고 그러하다고 한다. 그래서 롯지의 사우지 분들이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비교적 잘해준다. 이유가 네팔은 아리아인이 인구의 80% 정도이다. 인도와 유럽 중앙아시아 이란에 살던 민족이다. 그러다 보니 동쪽에서 온 셰르파 티베트몽골족은 생김새도 다르고 다수와 구별되는 것으로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한국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이야기하고 편하게 지넬 수 있다.
여하간 바달단다의 요리사에게 플레인 신라면을 주문했다. 신라면은 플레인을 시켜야 한다. 계란 라면이나 이런 걸 주문하면 요리사들이 물 조절을 잘 못해서 그냥 플레인을 시킨다. 바달단다의 신라면은 맛있다. 맵고 짜다!! 잘 만들었다. 거기에 흰쌀밥까지 말아서 매우 맛있게 먹었다.
삐끗하면 떨어진다! 마르디히말 능선!
신라면으로 사기 충전 하고 레몬진저티로 마시고 다시 하이캠프를 향해 걷는다. 점심을 먹는 사이 아니나 다를까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4월의 히말라야 날씨는 아침과 오전에 맑음 오후로 갈수록 구름 3-4시 정도에 비 올 거 같음 또는 갑자기 비. 빨리 걸어야 한다. 여기서 비가 오면 우비는 있지만 옷이 젖고 질척거려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그런데.. 마르디 히말 능선은 정말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구름으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능선의 오른쪽은 절벽에 가깝다. 뒷사람 얼굴 보며 이야기하다가는 그냥 히말라야의 품에 안겨 집에 영영 돌아가지 못한다. 뭐 따로 휀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휀스가 있다 해도 유실된 것인지 있는 건지 없는 건지도 모를 정도이다. 급하게 마음을 먹고 빠르게 걷고 있는데 부슬비가 오기 시작한다. 이제는 우비를 입을 것인가 아니면 더 빨리 걸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빠르게 걷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내리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한다. 정말 빨리 걸었고 눈에 보이는 롯지에 무조건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첫 번째 두 번째 롯지에 방은 없었고 이미 웨스턴 친구들이 모두 방을 선점했다. 비를 맞으며 세 번째 롯지로 들어갔을 때 레스트캠프의 사우지(주인)을 만났다. 신기해하며 방이 있냐고 물었고 친절하게 방을 안내해 줬다. 방을 잡고 몸을 녹이기 위해 식당으로 갔고 사우지에게 언제 올라왔냐고 물어봤다!!! 사우지는 본인은 여기 계속 있었다며 휴대폰의 눈 온 롯지 맑은 날의 롯지 사진을 보여줬다. 그래서 레스트캠프의 사우지와 많이 닮았다고 이야기하니 친척이란다. 닮아도 많이 닮았다. 노름을 하던 네팔리 가이드들도 이스라엘에서 온 가족들도 모두 크게 웃었다. 사우지들은 얼굴이 다 똑같다며.
하이캠프는 맛집!!!
두 딸을 데리고 온 이스라엘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우지가 물어본다. 저녁식사를 어떤 걸로 준비해 줄까? 라면? 밥? 뭐든 말하라고 해서 나는 오랜만에 피자를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피자도 당연히 Mixed pizza로 주문했다. 히말라야의 피자는 야크치즈가 많이 들어가 있어 콤콤하지만 달고 짜지만 고소하다. 그리고 콜라와 함께 주문한 Mixed pizza가 나왔다. 이스라엘 가족은 피자가 아닌 다른 면 종류를 주문했는데 먼저 나온 나의 피자와 또 그걸 먹는 나의 모습을 보고 두 딸이 동요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본인들이 주문한 면 요리를 다 먹기도 전에 나와 똑같은 피자를 주문했다. 히말라야의 피자는 도우가 그냥 밀가루 반죽 같은 얇은 도우이지만 그 위에 올라가는 토핑과 야크치즈의 조화는 혼자 피자 한판을 다 먹고도 한판 더 시켜서 고르카 비어를 한잔 할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맛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다시 수다를 떨다가 새벽 4시쯤 출발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다들 자러 들어간다. 나는 잠이 오지 않아 맑아진 하늘을 한번 사진으로 남겨 보고 잠을 자기로 했다. 무거운 DSLR을 가지고 오지 않은 걸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별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다음에 올 때는 미러리스를 가지고 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소니 RX100 mk3의 별사진은 봐줄만하다.
'여행사진 이야기 > 네팔, 마르디히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말라야 마르디 히말 트레킹, 4월 복장 및 장비(실제 착용 모델들) (2) | 2023.03.25 |
---|---|
네팔,카투만두 여행 길거리 사진. (0) | 2023.02.23 |
네팔 히말라야, 마르디히말 트레킹. 하이캠프-마르디히말 뷰포인트. (0) | 2023.02.12 |
네팔 히말라야, 마르디히말 트레킹. 피탐데우랄리-레스트 캠프. (0) | 2023.02.11 |
네팔 히말라야. 마르디히말 트레킹. 포카라 - 피탐데울라리. (0) | 2023.02.11 |
댓글